출사표 번역고민



경고한다.

매우 진지한 글이기 때문에 궁서체 Bold로 글씨크기 크게 가운데 정렬로 쓰겠다.

그리고 나는 폴아웃:뉴베가스를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뉴베가스의 세계관에 대해

알지 못한다면 이 글을 읽을 때 혼란스러울 수 있다만, 말리진 않겠다.

나도 조회 수를 확보하고 싶으니까.



..



그리고 한번쯤 이 게임을 해보길 권장한다.

특히 영어를 다루는 번역가라면 한글자막 패치 없이 그대로 하길 추천한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생생한 미국문화가 마음에 꽂힌다.

모든 영어 다이얼로그는 영어자막이 지원되니 리스닝이 개판이라도 안심해도 좋다.

그럼 이제 잡소리는 집어치우고 출사의 언을 올리려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경고한다.

이 글은 매우 길 것이다. 

한 사람의 불쌍한 인생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천하가 어지럽고 나라가 혼란스러우나 그런 건 당분간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일단 내가 먹고 살아야겠기에 

한국어를 영어로, 영어를 한국어로 MSG 촥촥뿌려 배달하는 

언어의 배달부, 문화의 전달자, 황량한 번역계의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되고자 시작이 비록 미약할 지라도 저 유혈이 난무하는 Wasteland를 향해

첫 발을 내딛는다.

내 자랑을 간단히 해보자면

나는 경영학도이자 영어학도이며 인공지능 프로그래머이자 데이터 분석가였다.

한 때 위대한 빅데이터 전문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진정한 마스터 오브 사이언스 앤드 테크놀로지 앤드 엔지니어링이 

되는 꿈을 꾸었으나 안타깝게도 나의 Vision은 Daydream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부모님 눈치만 보며 손가락만 빨며 사타구니나 긁으며 여생을 보낼 수는 없지 않겠는가?

따라서 이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리어를 정리하고

작고하신 그 유명한 어느 누군가의 말 처럼

나의 모든 과거를 하나로 이어줄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영어학 수업에서 Connecting the Dots라는 제목의 영작문으로 

텍사스 레드넥에 매우 근접한,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Tribe으로 보기는 좀 어려운, 굉장히 애매모호한,

그런 교수님을 감동시킨 적이 있다. 

그 때 생각이 났기 때문에 이런 진로를 택했는지도 모른다.

불행하게도 나는 기계 학습을 공부해버렸고 

장차 인공지능이 어떻게 인간 직업을 대체해 갈 것인가에 대해 

흐릿하게나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딴 글을 몇이나 읽고 계실지 모르나

비전문가를 위해 첨언하면

현존하는 모든 인공지능의 뼈대가 되는

Neural Network Family는 하나같이 두 가지 요소를 필수적으로 가져야 한다.



1. Result of Decision

2. Very Large Volume of Past Data



뭔 멍멍이 소리인고 하면

첫 번째 항목은

어떤 행위가 좋다 나쁘다,

색깔이 파랗다 빨갛다 초록이다.

한 마디로 이런 판단의 결과가 존재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항목은

이런 판단 결과를 포함한 데이터가 무~~~~수히 많아야 

인공지능이 잘 작동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간이 기계와 경쟁해서 살아남는 길은

1. 판단의 경계가 애매하거나, 하나의 대상에 대해 여러가지 판단 결과가 동시에 나올 수 있는 것.

즉, 옳고 그른 것을 가리기 힘든 것, 

다시 말하면 다양한 형태의 정답이 존재하는 것,

다시 말하면 여러가지 아름다운 모습이 있을 수 있는 것

이런 가치를 지닌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야만 한다.


2. 과거 데이터를 통해 Patternize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결과물이 아니라,

항상 새로운 Quality와 새로운 Quantity가 존재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야만 한다.



읽는 분들이 계시다면 감이 딱 오시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을 것이다.

바로 떠오르는가?

그렇다. 바로 예술 분야다.

물론 그냥 예술 분야라고 말하면 절대 곤란하다.

인공지능이 작곡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통역도 하고 번역도 하고

글도 쓰며 북도 치고 장구도 치고 이젠 마누라도 되고 남편도 될 기세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예술인가?

어떤 예술을 해야 기계와의 싸움에서 경쟁력이 생기는가?


답은 바로 2번에 있다.

Pattern화 되지 않는 예술을 해야 한다.

Pattern화 되지 않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Pattern화 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내가 번역가를 지망하기 때문에 번역가의 입장에서 쓰자면,

참고로 미리 말하지만, 이 말은 내가 다른 어떤 유명한 번역카페/블로그였나 

둘 중 하나다. 아무튼 그 둘 중 하나를 보고 빌려온 말이다.

"Translator는 죽고 Trans-creator"가 살아남을 것이다.

라는 말이 적절할 것이다.


뉴베가스를 좋아하는 이의 입장에서 쓰자면

배달부는 이제 플래티넘칩 배달만 할게 아니라

빨개벗고 배달 다니면서 지나가는 신사숙녀 및 LGBT 여러분을 위해

스트립쇼도 가끔 해주고

애기도 봐주고, 스테이크도 구워주고, 

동화도 읽어주고, 뭐 아무튼 기계가 못하는 건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


쓰고 보니 굉장히 정확하지도 않고 말도 안되는 소리인 것 같다.

아무튼..

요지는 그러하다.

'쉽게 학습' 되지 않는 서비스와 재화를 창출해야 한다.

'다양한 색깔'을 띌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물론, 당신이 열심히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스카이넷의 CPU는 놀고만 있진 않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부서와 전 세계 수 만개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이 놀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도저히 대체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대체하려고 할 것이고,

언제나 그랬듯이

Break Through 논문이 쏟아져 나올 것이고 

언제나 그랬듯이 

삶을 뒤집어 놓는 기술이 실용화 될 것이고

언제나 그랬듯이 

사람들이 말도 안된다고 했던 기술이 눈 앞에 가격 태그를 달고 등장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냐고?

나도 모른다.

단,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적절한 한 마디의 힌트를 적용해본다.

"늘 버리고 늘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내가 내 미래를 설계하면서 번역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은

사실 다분히 충동적이었다....

난 글 좀 쓴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고, 

영어도 잘했고, 기술도 공부했으니 기술번역 좀 하다가

경력 좀 쌓아서 출판번역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창조력을 십분 발휘하여 훌륭한 번역가가 되야지...

이게 내 단순한 계획의 전부다.

내가 잘한다고 생각했던 데이터 분석을 버리고

단 한번이라도 남으로부터 잘 한다라는 소리를 들었던 글쓰기를 해보자.

영어로 써보자. 영어를 한국어로 옮겨보자.

글쎄다..30대 초반이 된 후,

내게 남은 자산은 보잘 것 없는 '지혜' 정도 뿐이다.

그 지혜가 말하기를..

이건 어떻게 보면 좀 암울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래도 뭐 가능성은 있어보이니

아무생각하지 말고 일단 질러보란다.

회사 생활 해봤으니 대충 알테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좋아하는 삶을 살란다.

짧은 시간을 살지만 길게 호흡하란다

거지같은 행색을 하고 있어도 귀족같은 말을 내뱉으란다.

걸레짝같은 옷을 입고 황무지에 나가지만

당당히 T-60 파워아머를 사입고 돌아오란다.

남의 삶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부딪히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며

요구할 것을 요구하고 지킬 것을 지키란다.

어쩔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지만 새길 것은 새기란다.

그리고 지금 엄청 호통치고 있다.

이 난잡하기 그지 없는 출사의 변을 마무리하라고.

빨리 회사다닐 때 받은 머그컵에 담긴 돼지감자차를 마무리하고

컴퓨터 끄고 불 끄고 자라고...

그래도 태그는 오질나게 달고 잘꺼다.





Good night, sweet dreams, 

and wishes the best luck

 for all runners in the wasteland 








 


















 

덧글

댓글 입력 영역